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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먹다 발견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비밀

by Bookbybooks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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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최근 이사 온 집 근처에는 오래된 맛집이 몇 군데 있는데, 동네 마실 겸 한 두 군데 들어 음식을 시켜 먹어본 적이 있다.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각 요리별로 레시피나 식사 후 감흥을 전하는 미식적 행위는 내게 쉽지 않은 일이나, 적어도 원조집에 들렀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그 아우라에 대해선 한 번 정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알고 있다.

 유독 내가 방문하는 원조집은 대부분 메뉴가 복잡한 편이 아니었다. 한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정도로 간결한 편이고, 메뉴 이름 역시 누가 들어도 바로 이해할 정도로 직관적인 편이다. 개업한 이후 아마도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추리고, 매일매일 손님을 대상으로 검증해왔기에 본인의 메뉴에 관해서는 그 누구와 붙어도 될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한다.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함께 변하지 않는다.

 유명한 평양 냉면집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항상 같은 그 냉면 만들고, 그것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더위와 추위를 무릅쓰고 길게 줄을 선다. 유달리 덥다고, 춥다고 원조집에 메인 음식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를 나는 보진 못했다. 오히려 '왜 추운 겨울에 냉면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구 절절한 이유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성공한 아이템에서 반보 씩 전진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

 설렁탕으로 일가를 이룬 집을 찾아가 보면, 으레 수육이나 냉면 등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고, 누군가는 설렁탕 맛집이 아닌 수육, 냉면 맛집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레시피 적으로 육수를 내기 위해 넣는 소고기를 이용해 수육을 만들 수 있고, 냉면 역시 고기로 육수를 내는 공정을 거치다 보니 설렁탕 이후 추가 메뉴에 있어 아예 다른 메뉴에 비해 손쉽게 추가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그리고 손님들 역시 설렁탕과 수육, 냉면과 수육 등 단일 메뉴에서 추가 메뉴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곤 한다.

 

흔들림 없는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

 고향에 한 맛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주방장 한 사람이 레시피를 배우고 그곳을 퇴사하고 근처에 비슷한 가게를 차린 적이 있었다. 나름 눈썰미 있던 요리사였기에 재현한 음식의 맛이 원조집 못지 않았으나 많은 고객들은 기존의 가게를 계속 찾았고 새롭게 연 그 가게는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가게를 접었다. 아무리 맛이 비슷하다 해도 그간 고객들은 원조집에서 먹은 음식 외에도 노련한 접객 서비스라던지, 그곳에서의 추억까지 공유하고 있기에 새롭게 들어온 경쟁자라면 이를 뛰어넘을 무언가를 제시해야만 비등하게 견줄 수 있다.

 

브랜드 역시 이래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일시적인 반짝임 대신 꾸준한 호흡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중간 중간 얻는 작은 성공 경험들을 기초로 다음 기획을 준비해보고, 고객에게 공유하며 피드백을 체크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콘텐츠를 믿고 소비하는 충성 고객을 만들고, 결국 내 브랜드만의 아우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글을 다 적고 보니 유독 허기가 지는데, 원조집 설렁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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