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넷플릭스의 성공의 기본 전제는 '고성과자의 확보'와 '자유로운 해고와 이직'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그런 사람들에겐 수확할 수 있는 열매가 많지 않다. 그들에게서 하나라도 더 짜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모든 자리를 고성과자들로 채우는 것이 현명한 길 아닌가?’
넷플릭스의 숨은 이야기
연휴를 맞이하여, 예전에 사 놓고 못 읽은 책들을 하나씩 넘기는 중에 발견한 [파워풀(Powerful):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넷플릭스 최고 인재 책임자로 14년간 넷플릭스에서 근무하며,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넷플릭스의 근간이 되는 대단한 기업 문화를 만든 패티 맥코드. 무려 1800만 회 이상 조회된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 문화 가이드: 넥플릭스 컬쳐 데크>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인물의 책이라 그런지 최근 발간된 책 들 중 단연 발군이다.
거대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한 이래, 이젠 거대 공룡 미디어 기업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갉아먹는 원흉이 된 넷플릭스. 이 책의 목차만 훑어봐도 그들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일하며, 어떤 인재를 탐내는지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깔린 기본 전제부터 알 필요가 있는데, 넷플릭스는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섭고 발찍한 생각인가 말이다.
미래를 위해 소통하고 고민해야 한다.
각 각의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하며, 회사가 추구하는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극도의 솔직함을 가지고 격렬하게 토론하며,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미래를 위한 액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모든 자리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야 하며, 그 직원들이 떠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보상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잘난 인재라고 해도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다면, 그 즉시 헤어지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냉정하고 섬뜩한 이야기 인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회사를 위해 업무의 합을 맞춰보고 맞지 않을 경우 양측이 서로 대화하여 빠르게 헤어지라는 해법을 던지는 책이라니. 정말 읽으면서도 몇 번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성과자들과 빠른 해고라는 양날의 검
사실 ‘고성과자들’이야말로 넷플릭스의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기본 전제를 알고 난 이후부터는 책에 대한 흥미가 급감하긴 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 방정식을 당신의 회사, 조직에 실현하기 위해선 ‘고성과자’의 확보만큼이나, 조직과 맞지 않는 저성과자들을 빠르게 해고하거나 이직하도록 돕는 것이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해고와 이직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책에서 언급한 스포츠팀 이론(훌륭한 스포츠팀은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스타우트하고 자신들의 라인업에서 선수들을 골라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팀장들은 계속해서 인재들을 찾고 성과를 기준으로 팀을 새로이 구성해야 한다는 이론)을 한국에서도 시행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누가 그 가능성만을 보고 ‘안정적인 정규직’이라는 이 뿌리 깊은 틀을 뒤흔들 수 있겠는가? 특히 안정과 미래가 보장된 정규직과 늘 불안하고 심지어 급여도 상대적으로 적은 계약직의 차이를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의 가르침을 시행하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제한 없는 휴가와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넷플릭스]는 말 그대로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압도적이어야 한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대놓고 자기들 자랑을 책에 적어 놓은 것도, 따라 할 수 있으면 따라 해 보라는 일종의 자랑이 아닐까 싶다. 최근 가입자 수가 정체되어 해당 회사의 주식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OTT 시장에서 절대적인 선두를 차지하는 넷플릭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곱씹어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모습을 일종의 경전처럼 떠받을고 있는 많은 회사, 사람들이 과연 그들이 품고 있는 행동 강령 역시 찬성하고 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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