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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생각의 쓰임, 콘텐츠에 나를 묻히는 법.

by Bookbybooks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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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코로나가 유행하지 전 지난 몇 년간은 회사 생활 이외에 개인적 취미생활에 심취했던 채로 4~5년을 보냈다. 처음 그 취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이후 돈을 투자하면서 학원도 다니고 나중에는 다니던 회사를 접고 직접 아카데미를 열어볼 생각까지 했으니 얼마나 당시에 열정이 불탔었는지 눈에 선하다. 아카데미를 열겠다는 시도는 별 소득 없이 끝났고, 다시 회사원으로 살면서 그때 못 다 이뤘던 꿈을 책으로 풀고 싶어졌다. 무작정 내가 그 취미에 대해 알고 있던 걸 종이에 적어 내려 갔고 초안이 완성되자마자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며 한 번만 만나 달라고, 내 책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러길 몇 달 후 정말 내 초안과 기획을 좋게 본 출판사 몇 군데를 만나게 되었고 그중 한 군데와 계약을 맺고 정식 출간 준비를 시작했다. 책을 적다 보니 출간 이후 어떻게 책을 팔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또 나를 괴롭혔다. 당시 나의 SNS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지라 해당 책과 관련된 행사나 이벤트가 있으면 참여했고 글을 적고 곧 나올 책을 홍보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 나을 조급하게 했고, 그렇게 엉겁결에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책을 판매하기 위한 준비 역시 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출간을 진행했고, 이후 초판을 넘어 중쇄를 찍고 계약금 이상의 수익을 출판사에 가져다줄 수 있었다. 출간 후 몇 년간은 책의 저자로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충실히 소임을 다했다.

 

쉽지 않은 피봇팅

 이후가 문제였다. 해당 책의 출간과 커뮤니티 활동 이후 나는 방향을 잘 잡지 못했다. 텍스트에서 이미지, 영상의 시대로 SNS 흐름이 빠르게 바꼈고 나는 전문성과 함께 새로워지는 플랫폼을 학습하고 또 익숙해져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몇 년간 해당 활동에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의 학습을 하지 않았고, 영상 콘텐츠 제작도 시도를 해봤지만 깊이가 없고 큰 반향을 이루진 못했다. 이후 코로나가 전국을 덮치며 나는 예전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관련 콘텐츠 작업을 시도했지만 계속해 답답한 행보만을 지속했다. 기회가 주어지면 쓸만한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고, 하고 싶은 콘텐츠는 수시로 바뀌기 일쑤였다. 일정 임계점을 넘지 못했기에 수익화도 꾀할 수 없었고 함께 일을 도와주던 이들과도 예전만큼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소원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의 쓰임을 고민한 저자.

 이 책의 저자인 생각노트 님은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생각노트라는 가상의 인물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글과 책을 써서 발행하는 인물이다. 본인 만의 독특한 생각과 탄탄한 글솜씨, 다양한 SNS 채널을 이용한 탁월한 콘텐츠 공유 전략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게된 이유 역시 그러한 저자의 모습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지난 5여 년간 저자가 어떻게 콘텐츠를 축적해왔고, 이를 공유하고 타인에게 발견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신문에서부터 팟캐스트까지 늘 좋은 인풋들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고, 습관적으로 이를 정리하고 본인의 생각이 묻은 텍스트로 발행하는 루틴을 잘 형성해 놓고 있었다. 그의 웹 페이지를 검색해봐도 그가 얼마나 본인의 이 생각노트라는 캐릭터를 잘 유지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해당 채널의 성장 전략이라던가 연간 목표 등도 가감 없이 공유하여 구독자들로 하여금 더더욱 생각노트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응원케 하는 느낌을 주었다.

 

초심을 다시 떠올려 보자.

 다시 내 입장으로 돌아와 보자. 예전에 그렇게 신나게 취미를 즐기고, 회사를 관두고 아카데미까지 열고자 했던 그 열정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이 과정이 실패를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을 살려 책을 쓰고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여러 콘텐츠를 축적했었던 나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나만의 시간은 줄어들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나는 예전의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 아니 그때의 시행착오까지 더해져 노련해지지 않았나. 나도 다시 해볼 수 있다. 좋은 인풋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매일매일 습득하는 내용들을 추리고 편집하여 나만의 콘텐츠로 살리고, SNS나 개인 블로그에 글로 남기는 걸로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다. 무엇이 나를 예전과 다른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이 책을 보는 내내, 저자가 부러웠고 나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울림도 함께 했다.

 

5년 후 다시 이 글을 보자.

 내가 처음 그 취미를 알게 되고 책을 쓰고 관련한 마지막 활동까지 한 기간을 헤아려보니 약 5~6년 정도 된다. 지금부터 다시 5년 정도를 새로운 콘텐츠 빌딩에 쓰면 된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고 담백하게 걸어가면서 내 생각의 자취를 남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다음 싹이 틀 때 오늘 이 글을 다시 읽어보자. 예전만큼 빠르진 않더라도 예전보단 더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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