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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현명함을 유지하는 법 (feat. 유시민 작가)

by Bookbybooks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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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요 근래 정치의 시즌이다 보니 유튜브를 켜면 아무리 정치 영상을 넘기려고 해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해서든 내가 어떤 정치 관련 영상이든 클릭하게끔 재료들을 들이밀곤 한다. 그렇게 홀린 듯 영상 몇 가지를 시청하고 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는데 마치 ‘네가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다 꺼내놓고 기다릴 테니, 천천히 즐겨!’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는다랄까. 엊그제 우연히 누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대선 호외 1호 영상에서 유시민 작가가 등장해서 현재 정치 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시청했는데, 짧은 영상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와, 어떻게 저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총명함을 잃지 않을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이가 들어도 현명함을 유지하는 다섯 가지 방법

1.  본인의 기본값이 높아야 한다.

 당연한 말 같으면서도 좀 힘 빠지는 말이긴 한데 원래 본인의 기본 능력치가 높아야 한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총명함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후 노화로 인한 감가가 발생한다 해도 일정 이상의 능력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타인과 의미 있는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부족한 후진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기 전에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타고난 능력치가 조금 부족하다 할 지라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꾸준하게 쌓아온 사람이라면, 노화의 침식에도 타고난 사람 못지않은 능력을 겸비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2.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 아니 여태껏 세상의 이치가 그래 왔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그전까지 내가 아무리 잘난 사람이었다 할 지라도, 점차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럴 때 몇몇은 이런 상황을 참기 못하고 무리하게 전진을 강행하곤 한다. 모든 사건에 참견하고 옅어지는 내 존재감을 찾기 위해 누군가를 헐뜯고 또 상처 줌으로써 본인의 위치를 증명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더욱 본인은 그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본인 말고는 다 알고 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그 대단한 자신감은 한 때 그대에게 돌을 씹어먹어도 될 거 같은 용기를 줬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대의 남은 이빨마저 송두리째 부셔뜨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3. 인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옛 어른들은 마흔이 되면 불혹이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이제 당신은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나이'임을 알려주곤 했고, 미국 대통령 링컨은 '나이가 40을 넘으면 본인의 얼굴(인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인상은 사람마다 타고나고 혹자는 대단한 인상을 다른 누군가는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세상에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상은 변한다. 젊은 시절 대단했던 외모를 가졌던 누군가는 욕심과 탐욕에 물든 채 이젠 누구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 버리기도 하는데, 볼품없다 했던 누군가는 이제 모두가 다 한 번쯤 만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중년의 인물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저 잠시 나를 돌아보며 인상 대신 웃음을 짓는 습관만으로도 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도.

4.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제일 안타까운 모습 중 하나는 철학의 부재이다. 이는 화자의 내공이 부족한, 즉 공부가 필요한 상황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저 남들이 시키는 대로, 누군가의 의견을 마치 자기가 한 말인양 읊어대면서 살아오다 보니 나만의 성숙된 생각, 마음속 심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설사 타인의 말이 일리가 있고 그럴싸하다 할지라도, 한 번 더 본인의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체화한 후 내 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역시 꾸준히 공부해야만 한다. 학생들처럼 밤을 세서 교과서를 읽고 자격증을 따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과 오늘을 이해하고, 앞으로 있을 실수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짜'라고 표현한다.

5.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다다르기 힘든 경지로 보이는데, 여유라는 게 꼭 금전적으로 대단한 단계에 이른 사람을 표현하진 않는다. 물론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훨씬 심적으로도 여유가 있겠지만, 그것보단 사람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노련함과 따스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후배들이 인생을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한 번쯔음 떠올리게 되는, 이 사람이라면 뭔가 올바른 대답을 해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선배가 한 명 정도 떠오르지 않는가? 이런 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웃음과 따뜻함이 묻어나며, 나이 듦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지 도와주는 버팀목처럼 존재하고 있다.

 

마치며

 20여 분 동안 이어진 유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앞서 말한 몇 가지 특징들을 떠올렸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쭙잖게 정리해봤다. 물론 이 내용 역시 100퍼센트 사견이며, 나 역시 그에 비하면 아직 새파랗게 젊은 세대이니, 혹 나이 든 세대가 이 글을 본다면 '뭐가 뭔지 모르고 설쳐대는' 어린 철부지의 넋두리로 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 역시 나이가 들 것이고 그저 그런 노인이 되기보단 지금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고 적어도 후배들에게 조언은 아니더라도 짐이 되진 않고 싶은 마음에 글로 남긴다. 여러분에게 나이 듦이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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