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철학자 강상중이 책에서 말하는,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그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책장에 오래 누워있던 강상중 교수님의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꺼내 다시 읽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제일 앞 장에 완독 한 날짜를 적는데, 17년 11월 20일에 읽었던 기록이 있다. 두께도 얇고 출퇴근 길에 휘리릭 읽어 야지 하는 생각에 꺼냈다가, 힘들게 2회 독을 마쳤다. 처음 읽었을 때 보다 훨씬 힘든 독서였다.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 시대의 일의 의미란?
불확실한 시대에 일의 의미와, 인문학이 흔들리는 당신에게 새로운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서점에 널리고 널렸는데,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 ‘이 책이라고 뭐가 다를까?’ 하는 다소 건방진 생각도 했었다. 인문학을 논하기엔 책치고는 너무 얇았고, 심지어 강상중 본인이 추천하는 서적 중에 자본주의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가 있다는 사실도 좀 의외였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 생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지만 말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에서도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강 교수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책은 바빠서 못 읽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할 수 있도록, 고속 열차를 타고 가면서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다.’고 한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오가며 글을 쓰는데, ‘말린 것’이라 말하는 고전과 ‘날 것’이라고 말하는 당대의 지식을 동시에 취하는 방법으로 시대를 읽어내고 또 10년 후를 내다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노련한 학자도 이렇게 본인의 일을 위해 노력하는 데 아직 젊은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른가를 한 번 더 곱씹게 만들었다.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강 교수는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라고 하는데, 재일 교포로 차별을 받으며 37세에 교수라는 직업인이 되기 전까지, 그가 일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사유해왔는지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판단력과 구상하는 힘(구상력) 같은 창조성과 관련된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는 잔재주를 부려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때가 아님을,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적확하게 분석하여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며,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불평등은 디폴트다
앞으로는 격차와 불평등이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며, 단순히 구직 활동을 통해 취직한 후 그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단순한 삶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남긴다. 우리는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 자신을 궁지로 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셀러리맨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무대의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며,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페르소나를 여러개로 쪼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근해서는 직장인으로 살지만 퇴근하고는 누구는 요리사로 누구는 작가로, 누구는 유튜버로 활동하는데 이런 모습 역시 본인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회사원으로서의 나 이외에 다른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를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마치며
사회관계 자본이 돈과 상품 경제보다 중요한 시기, 행복과 풍요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시기, ‘자신의 복수성을 자각’하며 다양성을 발견해 나가야만 하는 시기. 철학자 강상중이 책에서 말하는,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그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이 책을 다시 꺼내든다면 나는 그때 또 얼마나 일에 대해 알고 나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을까? 그때쯤이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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