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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태도로 완성된다

by Bookbybooks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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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점점 나이가 들며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나보다 나이 들어보이는 누군가를 볼 때면,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보여질 텐데, 나는 어떻게 늙어야 할까?'를 생각하곤 한다. 어른들의 모습 중에 요즘 유독 내 시선을 붙잡는 건,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있는 태도이다. 그런 순간을 맞이할 때면, 아무리 작은 순간이라 해도 귀가 쫑긋해지며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럴 수도 있죠

 작년 말에 지금 거주지로 이사를 했다. 처음 해보는 큰 이사라 포장 이사를 불러 반나절 짐을 빼고, 이사할 곳에서 나머지 반나절을 보냈다. 한참 짐을 나르던 도중에 직원 분이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세탁기에 연결되는 부품을 전에 있던 집에서 챙겨오지 못했다고. 이사를 완료하고 나면 바로 세탁기를 돌릴 일이 많기에 나 역시 당황하기 시작했고, 아내에게 동네 주변을 뒤져보겠다며 집 밖으로 나섰다.

 

 아직 집 주소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상황에서 집 근처 철물점을 찾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 길치인 나는 더 심하게 당황했던 것 같다. 휴대폰을 켜서 동네를 헤집고 다닌 끝에 어느 한 철물점을 찾았는데 공교롭게 그날이 휴일인게 아닌가. 황당한 마음에 근처 동네 슈퍼를 들러 아주머니께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철물점을 여쭈었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철물점을 알려주셨고 도착해보니 아직 영업 중이었다.

 

 사실 동네 철물점에서도 해당 부품이 있을지 아닐지 몰랐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주인 아저씨에게 물었고, 이야기를 들으신 아저씨는 구석을 이리저리 뒤지시더니 이내 필요한 부품을 내 눈앞으로 가져오셨다. 긴장이 풀려서 인지 자초지종을 꽤나 길게 설명하며 지갑을 꺼내는데, 주인 아저씨는 나를 보며 "이사하다 보면 그럴수도 있죠. 허허" 라는 한 마디를 하셨다. 그 짧은 한 마디가 얼마나 내 뇌리에 남았던지. 지금도 그 철물점을 지날 때면 괜시리 웃음이 난다.

 

휘어진 안경

 안경을 쓰고 생활하다 보면, 가끔 소파에서 안경을 쓴 채로 잠이 드는 경우가 있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특히 주말에는 종종 소파에서 낮잠이 들곤 한다. 왠지 그날따라 안경을 쓴 채로 잠에 빠졌는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안경은 온데간데 없었다. 부시시하게 일어난 내 등 뒤로 휘어진 채 깔린 안경이 보였고, 괜히 내가 힘 줘서 만지다가 안경이 더 상할 까봐 근처 안경점으로 향했다.

 

 안경점으로 걸어가며 '지금까지 십 수년을 안경을 쓰고 살았는데,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안경점 문에 걸린 종이 딸랑 거리고, 인자한 미소의 안경사 분이 나를 맞아주셨는데 나는 괴이하게 휘어진 안경을 어색하게 건내며 피팅 요청을 드렸다.

 

 안경을 이리저리 손 보시는 안경사 분 등 위로, 나는 앞 선 멘트를 읆조리며 계속 내 실수를 탓하고 있었는데, 작업을 완료한 안경사 분이 내 얼굴에 안경을 씌워주며 "주무시면서 꿈도 선명하게 꾸고 싶으셨나 보죠."라는 말씀들 해주셨다. 고객의 민망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넘겨주는 그 분의 멘트 덕분에 나 역시 자책대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

 한 번은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번호표를 받고 내 차례를 기다리며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다른 진료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한 모녀를 보게 되었다. 딸로 보이는 여성 분이 어디가 불편한 지 상당히 히스테릭한 말투로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옆에서 계속 듣고 있는 내가 다 걱정될 정도로.

 

 그런데 옆에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계속해서 그 분을 달래며 "00아, 큰일 날 일 아니면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다 잘될 거야" 라는 말을 하고, “걱정을 내려놓아야 한단다. 내가 진짜 살아보니 내가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더라고. 너는 나처럼 그러지 말고 별 거 아닌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연습해보도록 해. 안 그러면 결국 너만 손해다.” 라는 말을 차분한 어투로 전하고 있었다.

 

 짜증을 내며 아파하는 딸을 따뜻한 말로 보듬어 주듯, 병원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그분은 차분하고 인자하게 말씀을 이어갔고, 그 따님도 옆에서 듣던 나도 마음이 점차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만약 내 딸이 그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옆에서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더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되려 그런 모습이 상대방을 더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병원을 나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결국 인생은 태도로 완성된다.

 우리는 매일 매순간 인생을 마주하고 또 그속에서 살아간다. 많은 일들이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며 그런 순간마다 우리는 때론 기쁨을 느끼기도,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인생에 완성은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서 결정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는 태도. 나는 그런 긍정의 씨앗을 어른들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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