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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플레를 쏟은 아이를 보며

by Bookbybooks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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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이가 이유식을 지나 일반식을 먹게 되면서 이런저런 음식들을 주곤 하는데, 먹는 중에 탁자 아래로 음식물을 쏟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말없이 치우다가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타이르거나, 그래도 안 되면 언성을 높여 꾸짖기도 한다. 지난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어, 아이와 실랑이를 했는데, 설거지를 하며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면 중간 관리자로서 기꺼이 가져야 할 태도와도 맞닫아 있는 여러 이야기가 떠올랐다.

 

A부터 Z까지 상대방에게 정확히 알려주었나.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할 지라도 어느 정도는(때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대방(부모나 어린이집 선생님)의 의도를 파악한다. 그 말인 즉 내가 사전에 정확하게 안내를 했다면, 다시 말해 상대방에게 일의 올바른 진행 순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내하는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매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없고, 설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상대방이 모두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서로 간에 약속된 기준에서 출발해야만 혹 중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다. 제대로 안내도 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탓하거나 그저 언성부터 높인다면 그 자체가 상대방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겠다는 말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실패를 기본 값으로 생각하자.

 소 근육(손, 발 등 작은 신체 근육)이 아직 잘 발달하지 못한 아이는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잦은 실수를 한다. 쉽게 넘어지기도 하고, 때론 필요 이상의 힘을 주어 물건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아이의 활동에선 실수(또는 실패)가 기본 값이며, 본인 역시 이걸 실수(또는 실패)라고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부모, 선생님) 역시 본인의 판단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이해하고 대해야 한다.

 조직에 구성원 역시 언제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실수를 과정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수를 그저 피해야할 대상으로 치부하고 저지르지 않길 바라는 조직은 구성원 역시 도전보단 반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실수를 당연히 맞닥뜨리는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는 곳의 구성원들은 보다 과감하고 대담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실수가 싫다면.

 아이의 상황과 처지를 다 이해한다고 해도 내 마음이 편치 않은 경우가 있다. 수도 없이 떨어지는 과자 부스러기가 싫고 끊임없이 빼다 쓰는 물티슈에 지문이 다 닳을 지경이라면, 실수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바꿔보자. 예를 들어 떠먹는 요플레를 아이가 자꾸 엎는다면, 빨아먹는 요플레를 찾아 주거나 푸딩 형태의 요플레도 생각해보자. 그것도 싫다면 요플레 외에 유산균을 먹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결국 당신(부모)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조직도 똑같다. 내가(리더) 아무리 준비하고 또 이해하고, 수차례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분명 눈 앞에 찾아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 버리고 잊어버려야 할까? 아니면 어딘가로 도망가야 할까? 이미 리더인 당신은 답을 알고 있다. 결국 당신이 책임을 지고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 그걸 듣기 좋은 말로 '리더의 숙명'이라고 하더라.

 

마치며

 아이는 여전히 요플레를 먹다 말고 탁자 아래로 던지거나, 힘겹게 숫가락으로 떠놓고서는 입 대신 코나 눈으로 가져간다. 주중부터 주말까지 같은 이야기를 그동안 몇 번이나 한 지도 모르겠다. 헤아리다 지쳤다는 게 더 정확할 거다. 그럼에도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볼 때면 더 좋은 걸 주고 싶고,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리더 역시 그러해야 한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세로 구성원들을 바라보고,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다독여 주고 싶은 시선을 가져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만 한다. 그게 당신의 운명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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