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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원의독백과 케일(Cayl)

by Bookbybooks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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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최근 롱블랙(Longblack)에서 만난 두 명의 인터뷰는 내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말 그대로 부러움이었다. 부러움이란 감정은 내가 가지지 못한, 앞으로도 가질 가능성이 희박한 무언가를 만났을 때 생기는데, 이 두 가지 모두 그러했다. '원의독백'이라는 유튜브는 내가 가지지 못한, 대단하게 세련된 영상 제작 능력을 약관의 나이에 선보였고, 등산 브랜드 케일(Cayl)은 직장인이 지난 10여 년 간 본인 만의 브랜드를 키워오다,결국 본업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영상으로 글을 쓰는 원의독백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해 본인만의 재능을 선보였다. 게임이나 예능, 경제 등 특정 분야에서 본인의 캐릭터(채널, 콘텐츠)를 뽐내길 즐겼다면, 이제는 시작부터 본인 스스로가 하나의 독립적인 브랜드로 자신만의 바운더리에서 본인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포장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Z세대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 있어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하며, 기존 세대가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 유튜브 채널 '원의독백'을 보며 한 유튜버는 그가 '유튜버들의 유튜버'라 칭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감각 있고 트렌디하게 영상으로 풀어내는 최고의 유튜버'라는 이유를 말했다.

 

 나 역시 그런 평가에 동의하며 그의 채널에 올라온 여러 영상들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이 여지없이 깨지는 유쾌한 경험을 하곤 했다. 원의독백은 독백을 영어로 채우는데, 처음엔 '역시 외국 생활을 하고 와서 그런가 상당히 새롭고 신선하네.'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외국 한 번 나가본 적 없는 한국인이었고, 그가 유려하게 영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다 영어에 빠지게 되었고, 스스로 영어 덕후가 되어 그런 환경 속에 본인을 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영상('영어에 관하여' 참조)을 보며 나는 내 뻔한 생각에 창피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오랜 구직 생활 끝에 무신사 오리지널 랩에 취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과정도 신선했는데, 그동안 본인의 힘든 구직 과정 역시 유튜브의 영상으로 풀어냈었는데 그 영상들에 나타난 여러 유명 유튜버들과 소통하던 중에 무신사 측 관계자(정확히는 무신사 MCN 오리지널랩의 대표)와 연을 맺게 되었고 결국 직장까지 얻게 되었다. 이런 스토리텔링을 만든 무신사 역시 남다르게 보였는데, 앞으로 원의독백이 풀어낼 무신사의 이야기 역시 기대가 된다.

 

10여년의 브랜드 등반기, 케일

 흔히 한 패션 브랜드의 성공기는 이러하다. (내 편견과 사견이 가득함을 미리 밝힌다.) 대단한 영감과 열정을 가진 대표가 어릴적부터 다양한 옷을 만들고 공부하며 몇 년간 고군분투하며 실력을 쌓고 끝끝내 본인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 속에 때론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실패를 경험하거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공을 하는 등의 우여곡절도 겪는데. 또한 매년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고, 패션을 넘는 다양한 업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아이템들을 쏟아낸다. 판매처 역시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많은 매장과 화려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유하고 있고 늘 바쁘게 움직인다. 

 

 그런데 케일(CAYL)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심하고 또 조용하다. 그저 묵묵히 제품을 만들고 10여년간 그 흔한 홍보조차 즐겨 하지 않았다. 산과 등산을 좋아했던 케일의 이의재 대표는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본인의 전공을 살려 한 자동차 회사의 오디오 엔지니어로 취직하게 된다. 10여년 간 근속한 덕분에 상을 받을 정도로 직장인으로서 충실히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뒤에서 본인의 브랜드를 오래간 다져온다. 언젠가는 직장을 정리하고 본인의 브랜드에 집중하는 순간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시기를 가늠해왔었고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고 한다. 

 

 그의 덤덤한 모습처럼 케일의 제품도 튀거나 유행을 타지 않는 모습을 지녔다. 초반엔 신제품을 하나 만드는데 반 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느린 과정을 가졌는데, 정작 발매된 제품의 판매가 시원찮아서 재고가 쌓여가도 그는 크게 게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충하지도 않았다고 말하며, 그저 덤덤하고 차분하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 돈보다 재미,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얻을 수 있는 리프레시와 성장의 그 느낌을 영원히 받으며 살고 싶다 말했다. 그렇게 10여년간 케일이란 산을 올랐고 결국 그는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직장을 떠나 케일의 대표로 일하기 시작했다.

 

마치며

 여기 두 가지의 성공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보잘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이 두 가지 모두 너무도 부러운 성공 방정식이다. 내가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그 꿈을 더 크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또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무대를 작게 나마 직접 만들어 놓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넓혀가거나. 원의독백과 케일, 이들 모두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에너지를 투입하며 나아갔다. 때론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적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저 하던 일을 묵묵히 해나갔고 결국 그것마저 지금 이렇게 이야기되고 있다. 한 주 내내 내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안겨준 고마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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