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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내 영혼을 지키는 법,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by Bookbybooks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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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는 여러 철학 학파 중에 '스토아학파'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있는 터라, 그리스와 로마 시대 관련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쓰러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고, 유혹과 탐욕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이성을 단련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 잠언집을 뒤적이다 만난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역시 '화'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화 다스리기'에 이르기까지 고민해볼 수 있던 책이었다.

 

화 다스리는 법

슬픔이나 복수 같은 잡념들은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가진 기회들을 어떻게 하면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화'라는 감정과 마주하게 되면 현재 내가 가진 좋은 기회나 유리한 상황 등은 금세 잊혀져 버린다. 그저 화를 내는 것에 급급하게 되고 이내 모든 걸 망치게 하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 글귀를 이미 읽었음에도 화가 날 때면 앞 뒤 가리지 않고 그저 화가 난다는, 화를 내는 것에 취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모든 것이 다 바스러지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그런식으로 생각한다면 차를 마시고 싶을 때 뜨거운 물이 없어도 화를 낼 테고 유리잔이 깨지거나 구두에 진흙이 튀어도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출근길에서부터 화는 내 머릿속에 스며들고 서서히 이성을 마비시킨다. 늘 비슷한 출근 환경임에도 모든 것에서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것도, 자리에 앉아 가지 못하는 것도, 심지어 날씨가 좋은 것도 얼마든지 화를 치솟게 하는 땔감으로 쓸 수 있다. 그렇게 화는 내 주변 모든 것에 핑곗거리를 연료로 삼아 활활 타오르며 모든 걸 태운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광분하지도 말고 주변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대변하고 차분히 미래를 관망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릴 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

신중하게 생각하기. 화가 날 때 제일 하기 힘들면서도 해야하는 행동이다. 사람들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언제부턴가 화가 날 때면 노트북을 닫고 자리를 뜬다. 어디가 돼도 좋으니 잠시라도 그 자리를 피하려 노력한다. 하루 휴가를 내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잠깐 걷는 걸로 화를 삭이려 노력한다.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면 우선 '화'와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화라는 감정이 좋은 자질이라면 그 자질이 커질수록 좋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 화라는 감정이 좋은 것이라면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에게서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많이 화를 내는 사람들은 주로 갓난아기, 노인 그리고 몸이 아픈 사람들이다. 본래 심약한 사람들은 불평불만이 잦은 법이다.

 

'화'를 낸다는 건 어쨌든 지금 내 몸과 마음 어딘가가 좋지 않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 만약 화가 좋은 것이라면 왜 더 화를 내라고 하지 않겠는가. 조금의 화, 약간의 분노라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자. 화가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면 스스로 잠시 멈추며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무엇이 나를 이렇게 화나게 하는지, 이를 제지하거나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말이다.

 

일단 화를 내는 것에 성공하면 의기양양하지만 실패하면 광기에 미쳐 날뛴다. 실패했을 때조차 화는 지치지 않으며, 만약 화가 미치지 않는 곳까지 상대가 달아나버리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제 살까지 뜯어먹는다.

 

'화'를 내는 것의 문제점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나와 상대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화를 내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원하던 무언가를 얻어 만족감을 느낀다 해도, 상대방이 되려 화에 휩싸여 다시 내가 그 화를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

 

화라는 지독한 병은 불평불만과 함께 시작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 잘못되어 가는 구나 싶은 느낌이 올 때 바로 치료하는 것이다.

 

나를 똑바로 보고 평소 나의 성향에 대해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힘들게 하는지를 미리 알고 이에 맞춰 상황을 잘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설령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할지라도 미리 잘 알고 있다면, 화가 나는 상황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마치며

유독 올 한해는 나 스스로 '화'가 나는 일이 잦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상황이 떠오를 때면 책장을 덮고 화를 털어내느라 적잖은 시간이 들었다. '화'를 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자괴감과 당혹감이 느껴지면서도 그렇게 또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또 숙연해진다. 어쩌면 인생이란 여정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화'를 다스리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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