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영업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을 여기저기에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답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글귀가 바로 '영업이란 상대의 마음을 뺏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까? 책에선 자신의 주장을 먼저 펼치는 영업인은 남의 마음을 사로 잡기 힘들며, 상대방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때 영업 쪽에 몸 담고 일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그 한 문장이 주는 무게감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지금도 곱씹게 된다.
고신 영달의 신화
평소 가깝게 지내고 있는 주류 도매사 분을 통해 전 OB 맥주 대표이사님이셨던 장인수 님의 책 [진심을 팝니다]을 선물 받았다. 장인수 님은 고신 영달(고졸 신화, 영업의 달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진로 소주 회사에 고졸 영업 사원으로 입사하여 맹활약하며, 화이트 주조/주정 대표 이사 자리를 거쳐, 라이벌 회사였던 OB맥주 영업 담당 부사장으로 이직해, 본인 특유의 영업력으로 당시 1위에서 밀려나 고심하던 OB 맥주가 1위를 재탈환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분이다. 앞서 언급한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책은 순도 100퍼센트의 주류 영업 인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 대해 경험한 내용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는데 저자의 필력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영업 담당자들은 대부분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회사가 아니라 외부 거래처를 설득하려 하는데, 저자는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회사는 높은 실적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직원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직원 입장에서 회사는 내부의 같은 편인데 반해, 거래처는 외부의 고객인 셈이다. 외부 고객이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는데, 회사 방침을 핑계로 고객을 설득한다는 행동 자체가 영업 사원 스스로 본인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걸 말하는 것과 다름 없음을 성토한다. 즉 고객에 문제에 관심이 없고, 어려 핑계를 대기 바쁜 영업인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뺏을 수 없으며, 고객 역시 그런 영업 담당자를 통해 물건을 살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된다. 결국 손해는 모두 회사에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을 금지하라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가 저자가 OB 맥주로 이직한 이후, 그전까지 매달 말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하게 행하던 맥주 재고 '밀어내기'를 금지한 것이었다. 사실 주류업계에서 이 밀어내기라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혀있었고 목표하는 실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오랫동안 사용되었것이 사실이었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바로 몇 달간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을 감수한다는 것인데,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결정을 하고 추진했다는 사실 만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사실 밀어내기를 하지 않게 되면 맥주의 신선도를 지킬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도 좀 더 나은 맥주를 마실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필요한 조치이지만, 당시 해당 맥주 회사에 영업팀과 유통 거래처들이 받았던 압박감은 실로 대단했을 거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마 이런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들이 2위였던 회사의 순위를 다시 1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를 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또한 유통 채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데, 유통 채널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쓸모가 없고, 일개 영업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소비자가 소비자가 찾지 않고 도매사가 밀어주지 않는 제품은 아무리 브랜드가 화려하거나 상품력이 있어도 모조리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한다.
마치며
가장 어려운 영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제일 잘 나갈 때의 영업이 가장 어려운 영업이라고 말한다. 영업이란 곧 나를 판다는 것이며,나를 판다는 것은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진짜 내 편이 되게 하려면 오랫동안 공을 들여 상대와의 관계를 가꿔야 하는데, 떠받들어주는 상대만 만나고서는 시장 개척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영업이란 결국 시장 개척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경쟁 열세 지역을 우호로 바꿔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찬밥 신세를 지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싫은 소리 들을 각오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앞선 1등을 탈환하려면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쫓기지 말하야하는 것도 강조하는데, 먼저 멀리 달리고 있는 경쟁자를 따라잡으려면 역설적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인이 여유가 있어야 당장의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올바른 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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