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 집 거실 한편에 조용히 돌아가는 발뮤다의 공기 청정기. 내 손에 오랫동안 쥐어진 아이폰처럼 우리 거실을 아름답게 감싸주고 있다. 마치 공기 청정은 덤인 것처럼 유려한 디자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에 늘 감탄과 놀라움, 뿌듯함이 묻어 나온다. 최근에는 죽은 빵도 살린다는 토스트 기계나 커피를 내리는 기기까지 발뮤다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생각이 난 김에 발뮤다 창업자가 쓴 책까지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발뮤다 하면 값비싸고 그럴싸한 디자인을 가진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 정확히는 발뮤다를 만든 테라오 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의 인생과 발뮤다 브랜드 자체에 더욱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자유로운 영혼, 테라오 겐
책의 첫 장에선 다른 창업 관련 서적과 다르게 그의 가족사와 고등학교 중퇴 이야기부터 서술한다. 중퇴 후 홀로 떠난 여행에서부터 10년간의 밴드에 속해 활동하며 예술 혼을 불태웠던 이야기, 그리고 결국 발뮤다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대 히트 상품인 발뮤다 선풍기를 만들어 내기까지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장편 성공 드라마는 보는 것 같고 중간 중간 저자의 실제 속 마음 이야기도 듣다 보니 함께 있는 것 같은 묘한 흥분도 느꼈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자유롭고 정형화됨을 부담스러워 하는 존재였다. 이성과 양심을 지켜내려면 조금이라도 ‘여유'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나, 진심을 다해 어떤 일에 전념할 때 나오는 누군가의 엄청난 기운을 느끼며 진심의 위력에 대해 말하는 부분 등을 보면서 일종의 장인 정신까지 느껴졌다. 또한 죽음은 모든 것을 무용 케도 가능케도 하는 것이기에 언제나 이를 떠올리며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창업과 실패의 반복
오랜 방황, 아니 여행 끝에 그는 창업의 길에 안착하게 되는데 안착이란 표현과 달리 그의 창업 일대기는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나선형에 가까웠다. 그는 책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도, 그 두려움을 딛고 인생의 즐거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이들은 어떤 문제나 도전의 기회와 마주했을 때, 그것의 가능 여부를 고민하지 않고 그저 “왜?”하고 반문하며 세상의 혁신을 위해 우직하게 걸어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발뮤다를 만든 그의 모습 역시, 지금껏 그 어느 창업자도 하지 않았던 방법이라 볼 수 있으며 오랜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 결국 하나의 히트작을 만듦에 이른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언젠가 끝이 나며, 우리의 인생 역시 반드시 끝이 있다며, 수년 뒤의 멋진 날을 그리거나 장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이야 말로 인생의 축제 날이니 오늘을 즐기라고 말하며,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오늘 당장 시작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자유라고 말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단지 자유로운 상태에 있을 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 있는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많은 이들이 다다르지 못한 진정한 자유를 위해 자유로운 상태를 기꺼이 버리고 나아갔다.
그는 아직 배고프다
성공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그는 실패를 거듭했고, 생전 처음 다루는 분야를 위해 독학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무엇이었을까?를 찾은 그 순간이 바로 회사의 파산과 맞닿아있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꿈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지만, 꿈을 꾼 사람이 느끼는 만큼 다른 사람이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본인이 가진 건 그 꿈 하나뿐이라며 아무리 탈탈 털어봐도 오직 그것 하나만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그렇게에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 최고의 방법은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책에서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건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내게 불리한 상황이라 해도 역전할 기회는 늘 있다.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역전할 수 있었다.’라며 창업과 실패로 혼란스러워할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마치며
우리는 여전히 안주 혹은 안정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물론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말이지만, 저자의 말 대로 영원한 안정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오늘 내가 머물고 있는 그곳이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힘겨워도, 다시 일어서 일해야 하는 게 인생인 것이다.
그는 언제나 ‘0’에서부터 시작한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도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 길로 서점에 달려가고, 필요한 정보를 손에 넣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실패를 거울삼아 내일을 꿈꾸는 그의 모습에서 발뮤다의 아름답고 유려한 디자인이 오버랩된다.
'큐레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시간 관리 스킬 (0) | 2022.02.12 |
---|---|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 상점” 츠타야 (0) | 2022.02.11 |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번역가의 생존 습관. (0) | 2022.02.09 |
진심을 팝니다, 그 결과 고객의 진심을 얻었습니다. (0) | 2022.02.09 |
회사 말고 내 콘텐츠, 내가 바로 회사다. (0) | 2022.0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