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자 야마구치 슈와의 만남은 아마 그의 베스트셀러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철학을 전공한 후 광고 회사 영업 직군을 거쳐 컨설턴트로 직업을 바꾸고 현재는 독립 컨설팅펌을 운영하고 동시에 여러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컨설턴트'라는 직군이 가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가 오히려 짐이 되었다며, 철학과 미학 등을 통해 직관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소양이라는 그의 이야기에 반응한 후 한국에 번역된 대부분의 저서를 사서 읽고 또 읽는 중이다. 이번 책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는 앞서 발간되었던 '일을 잘한다는 것'에 이은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이었는데, 최근 내 상황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서류 준비와 면접을 진행하는 시점에 꼭 한 번 읽고 도움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게 되는 커리어의 80% 이상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어떻게 이직을 준비해야 하며, 이직을 한 이후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저자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적혀 있었다.
직업 찾는 일이 어려운 이유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창업 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직장에 속하게 되고, 그곳에서 부여받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며 지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때론 한 회사에 십수 년간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는 몇 년 단위로 이직 또는 휴직을 하며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발전시켜 나간다. 저자는 우리가 형성하는 커리어의 계기의 80% 이상이 우연에 의한 것임을 언급하며, 좋은 우연을 불러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습관을 익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시대에 속한 우리는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세상의 일반적인 판단을 근거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우리의 인생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선 일이 해야하며 어떤 일이 내게 잘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시도해보고 본인만의 코나투스(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가 쓴 용어로, 본래의 자신다운 자신으로 있으려는 힘을 의미한다.)의 영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어떤 일을 잘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내기 위해선, 방구석에 홀로 앉아 생각만 거듭하는 게 아니라 실제 유동성을 높이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 앤 모로 린드버그의 말처럼 인생을 발견하기 위해서 인생을 낭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인가? vs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저 동경에 뿌리를 두고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설사 그 직업을 얻게 된다고 해도 그 일이 정말 본인과 잘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없다. 반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본다면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고, 이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 일 자체를 좋아하게 되면 당연히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지게 되는데, 실제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보다 해당 작업을 꾸준하고 착실하게 계속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 말한다.
당연히 그런 꾸준함을 위해 당사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이전에 누리던 자유로움도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한다. 저자는 특히 최근 젊은 세대들이 자기애 과잉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본인스러움, 자유로움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오면 도망치는 세태를 개탄하는데, 젊었을 때 자유롭지 못한 부자연스러움을 어느 정도는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커리어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한다.
좋은 우연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우리 커리어의 대부분은 우연한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데, 사전에 좀 더 이런 우연을 계획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책에서 다섯가지의 요소를 언급하는데 호기심, 끈기, 유연성, 낙관성, 위험 감수가 그것이다. 자기 전문 분야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히고(호기심), 처음에는 잘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계속 이어가며(끈기), 상황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적극적으로 위험에 맞서면 우연한 기회 자체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늘어난 우연, 기회를 제대로 잡기 위해선 불량 인맥이 아닌 제대로 된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저자는 친구나 지인이 아닌 직장 동료와의 약한 유대관계에 그 키가 있다고 말한다. 즉 회사에서 내가 어떤 자세로 일을 하며, 동료들과 어떻게 협업하며 일을 해결해 나가는지, 회사 내 평판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마치며
이직을 준비하면서 다시 이력서를 작성하고 지난 몇 년간 내가 했었던 여러가지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았다.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겼을 때 무엇을 얻느냐 만큼이나 무엇을 잃을 수 있을 지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고 나서 이전보다 상황이 안 좋아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도 컸고, 내가 원하는 직장으로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번 책을 통해 한 번 더 지금 상황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있을 '우연'한 기회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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