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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이직 준비와 마무리

by Bookbybooks 2022.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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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1년 말부터 고민했던 휴직과 이직이란 키워드가 22년이 되면서 좀 더 수면 위로 올라왔다. 10여 년이 넘는 사회생활 동안 적잖이 회사를 옮겼지만, 매번 이럴 때면 참 쉽지 않은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가?'라는 화두로 시작해 점차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과 앞으로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감기 시작했고 백지에 이리저리 끄적이며 생각을 정리해보곤 했다. 퇴사(일 수도 있고, 휴직일 수도 있는)라는 상태 값의 변화는 어떤 특정 트리거에 의해 발현되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확신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여길 떠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보단 '지금껏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게 더 심해진다면 어떨까?'라는 느낌이 더 맞다고나 할까?

조금은 달라진 판

 채용 사이트를 켜서 예전에 등록했던 이력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한 번 주욱 읽어봤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애써 적었던 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프로젝트와 경험들을 정리해보고, 또 이어 써 내려갔고 이전보단 조금은 더 길어진 자기소개서와 경력 기술서 파일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스타트업계에서 지낸 지도 5년이 훌쩍 넘은 어쩌면 다른 바닥으로 가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회사들의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사이트들을 찾아 이력서를 올리고 시간이 날 때면 채용 공고를 읽으며 클릭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누가봐도 꽤나 적잖은 경력을 가진, 중간 관리자 급의 직원이 되다 보니 내가 원하는 곳도, 나와 같은 사람을 원하는 곳도 많이 줄어들어 있음을 느낀다.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는 스타트업계라도 할지라도, 불쑥 내 이력서를 필요로 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으리란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다시 출발선에 서보니 막막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냥 지금 머무는 곳에 그대로 있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지 않을까를 곱씹어 보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시장에서의 내 몸 값을 다시 한번 더 평가받아 보고 싶단 욕심도 들었다.

서류 광탈과 쉽지 않았던 면접 과정

지난 10여년 간 많은 회사를 거치며 경험했던 업무들이 가지고 있는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그 분야의 오랜 경험이 여전히 시장에서 유효할 수 있는 걸까? 나도 누군가들 처럼 개발 공부를 해서 직종을 변경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을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 속에서 내가 가진 경험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매일매일 채용 공고를 보고, 또 관심이 생기는 (정확히는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을 뽑는) 회사가 보일 때면 부리나케 지원 버튼을 클릭하다 보니 어느새 지원한 회사는 십 수 군데. 그런데 하나 둘 불합격 결과가 나올 때마다 흔들리지 않아야지라고 마음먹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묵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한 두 군데 정도 면접이 잡히고 시간을 쪼개 면접 갈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기사를 찾고 그 회사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서 마치 내가 이 회사에 벌써 취직을 한 것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금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어떤 곳은 화상으로 또 다른 곳은 대면으로 면접을 봤고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다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질문과 대답을 했다. 오랜만에 내 대학 전공과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회사에서 맡았던 직무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해보기도 했고, 내 성격의 장점과 단점,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서도 말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면접을 봐서 그런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멍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면접을 제대로 본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도 감을 잡을 수 없더라.

마치며

그렇게 몇 달간의 이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고, 다행히도 내가 원하던 회사에서 면접 합격 안내와 함께 연봉 처우 등을 묻는 오퍼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입사를 희망했던 회사는 2차 면접까지 진행했었는데, 1,2차 모두 각 각 1시간이 넘는 면접을 거치면서 참 많은 질문과 답변을 나눌 수 있었다. 면접이라는 게 참 희한한 제도인 게, 내가 아무리 나를 숨기고 가식을 떤다 해도 1시간이 넘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내 진짜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솔직하고 진정성을 다해 면접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이직 준비 기간 동안 의외의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 10여년 간 내가 경험했던 업무와 관련된 이론에 대해 다시금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거다. 다음 10년을 위한 준비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하는 자격증 공부가 아닌 내가 알고 있는 경험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가지고 싶다랄까? 오퍼 라운드가 마무리되면 다시금 이 부분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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